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 이민수 본부장
농촌의 새로운 미래를 디자인 하다.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에 거는 기대
농촌은 단순히 전통적인 개념의 농업활동을 위한 공간을 넘어, 현대에는 주거지와 일터, 환경을 보호하는 다원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농촌에는 정주기반 부족과 산업기반 약화 등의 문제로 인구감소 및 고령화가 발생하였고, 이는 다시 농촌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줄이게 되는 영향을 미쳐 인프라 부족, 환경오염, 난개발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많은 문제들은 다시 농촌을 살기 어려운 공간으로 만들었고, 이는 또다시 인구유출로 이어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농촌지역을 지나가다 보면 공장, 창고, 축사 등의 시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유는 농촌지역이 도시지역에 비해 토지이용규제가 느슨하여 많은 난개발이 이루어졌으며 공장, 축사 등 주거지와 이격되어야 하는 시설이 무분별하게 입지하였기 때문이다.
경관악화, 악취도 문제지만 집앞의 3~4m 마을안길에 대형 트럭들이 자주 다니는 것을 보면 주민들의 안전이 매우 걱정된다. 인지반응이 늦은 노령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농촌의 특성상 교통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 우리가 예전에 농촌하면 떠오르던 ‘살기좋고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이미지’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 나에게 ‘가볼 만한 농촌지역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즉각적인 답변을 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농촌은 마을의 생김새와 경관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읍·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집단화된 마을이 있고 그 주변으로 소규모 부락이 뛰엄뛰엄 형성되어 있다. 또한 최근에 빈집과 유휴시설이 많이 보인다. 특색이 부족하고 무언가 어지럽게 섞여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할 시기가 왔음을 느끼고 있을 때쯤, 정부에서는 농촌의 고유한 가치를 보전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공간 재구조화와 재생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2023.03.28.)하고 시행(2024.03.29.)하였다.
제도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지자체는 이 법에 따라 지역의 여건에 부합하는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와 농촌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최대 30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고 난개발 시설을 이전하여 농촌주민의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특히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을 강조하여 농촌개발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전 하향식(Top-Down) 사업의 실패 경험으로 지역의 실제적인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계획과 개발은 일회성에 그치는 문제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농촌특화지구를 통해 농촌공간을 재구조화한다. 시설 기능별로 특화지구를 지정하고 관련시설을 집적하여 공간과 토지이용(Land Use)의 효율성을 높인다. 농촌마을보호지구에는 주택과 생활서비스 인프라가 모여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농촌산업지구, 축산지구 등에는 기업체, 스마트팜, 축사 등 산업별 시설을 집적한다. 이러한 기능별 시설집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정보와 지식 공유, 시설별 연계를 통해 시너지효과가 창출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제도의 시행으로 농촌공간이 새롭게 디자인(Design)된다고 할 수 있겠다.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요소를 선택하여 유기적인 통일을 얻기 위한 창조활동이 디자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존의 농촌에 대한 패러다임을 새롭게 전환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의 기능은 디자인이라는 용어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제도 시행으로 갑작스런 변화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도의 정착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농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따라 우리 농촌의 미래가 아름답고 살기좋은 지역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